비만 환자 운동은 '양'보다 '꾸준함'…지속 가능한 목표 세워야⑦ [비만 리포트]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은 쉽지 않다. 특히 비만 환자에게 운동은 체력적인 부담에 심리적 장벽까지 더해져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결심은 했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무작정 움직였다가 관절 통증이나 피로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에 따라 운동 경험이 부족하거나 외적인 요인으로 운동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비만 환자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동법은 무엇일까? 가정의학과 박계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는 "많이 움직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안전하게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라며 비만 환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운동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부터 박 교수와 함께, 비만 환자를 위한 맞춤형 운동법과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들을 짚어본다.
비만 환자, 효과적인 운동의 조건 3가지
비만 환자에게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비만 환자에게 효과적인 운동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박계영 교수는 "비만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운동 조건은 △높은 에너지 소비 △지속 가능성 △안전성"이라며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는 운동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체지방 감소를 위해서는 활동 에너지의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는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 원칙으로 'fitt 운동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빈도, 강도, 시간, 종류를 뜻하는 단어로 4가지를 고려한 권장 운동량은 아래와 같다.
fitt 원칙에 따르면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주 5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시행할 때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체중 70kg 기준으로 30분간 빠르게 걷기(시속 5.5~6km)를 하면 약 150~20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여기에 근력운동과 유연성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박계영 교수는 "근력운동은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을 뺀 값)을 증가시키고,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대근육군을 중심으로 주 2~3회 근력 운동을 실시할 것"을 권장했다. 참고로 유산소 운동만 꾸준히 한 경우 운동을 하지 않은 군에 비해 평균 2~3kg의 체중 감량, 근력 운동만 했을 경우 약 1kg의 감량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속 가능성도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본인이 좋아하지 않거나 부담을 느낀다면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 박계영 교수는 "운동은 즐거워야 오래 할 수 있다"며 "자신의 성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쿼시, 함께 달리기, 2인 1조로 진행되는 그룹 운동 강습 같은 운동이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걷기, 러닝머신, 요가처럼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운동을 택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안정성이다. 박계영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는 관절과 심혈관계에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신체에 무리가 덜 가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체중 부담을 줄이면서도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는 수중 운동이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이 대표적인 추천 운동이다. 아울러 고강도 운동을 하기 전에 저강도나 중강도 운동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운동 목표 설정 시, 강도보다는 '이것' 고려해야
그렇다면 운동 목표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박계영 교수는 "에너지 소비는 운동의 강도와 시간, 빈도의 조합으로 결정되는데, 비만 해소를 위해서는 강도보다는 운동 시간과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운동 빈도는 주 5회 이상이 권장된다. 운동 시간은 일반적으로 1회 30~60분을 실시하는 것이 표준이나 박 교수는 "부담스럽다면 20~30분씩 2회에 나누어 운동을 실시하거나 10분씩 운동을 하루 동안 여러 번 실시해도 좋다"고 조언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당 운동 시간이 150~250분인 경우 약 2~3kg, 225~420분인 경우 5~7.5kg의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운동 강도의 경우,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저강도 수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저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 수준을 의미하며, 최대 심박수는 '220에서 나이를 뺀 값'으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40세 성인의 최대 심박수는 180회/분이며, 이의 60%인 약 108회/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후 점차 강도를 높여 중강도(약 70%, 126회/분), 고강도(약 80%, 146회/분 이상)로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박 교수는 "운동 강도와 체중 감량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환자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춰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도비만,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주변의 격려와 응원은 큰 힘
고도비만인 경우, 외모나 체중에 대한 심리적 위축감으로 인해 운동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스스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박계영 교수는 "체중 감량이 전부가 아니라 '건강한 삶으로 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체중계 숫자에 집착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운동이나 식습관 변화 등 건강한 선택을 할 때는 진심 어린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금연을 시도할 때 주변 흡연자의 행동에 영향을 받듯, 체중 감량 과정에서도 주변인의 태도와 환경이 변화를 이어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며 "비난이나 일방적인 조언보다는 함께 걷기, 식단 조절 동참, 말 한마디의 응원처럼 작지만, 실질적인 행동이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운동을 결심했다면 시작 전 반드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운동 중에도 신체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박 교수는 "특히 고도비만의 경우, 운동 전 의학적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 운동을 시작하기 전 전문의 상담을 받길 권장했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신장 질환 환자 △휴식 시 또는 경미한 운동 시 가슴, 목, 턱, 팔 또는 기타 부위의 통증 및 불편함 △호흡곤란 △어지럼증 또는 실신 △발작 △심계항진 △빈맥 △간헐적 파행 △심잡음 △일상적인 활동으로 비정상적인 피로 또는 호흡곤란.
또한 운동 중 위 증상이 나타나거나 컨디션에 변화가 생기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진료를 받은 뒤 운동을 재개해야 한다.
꾸준하게 해야 운동 효과 본다… 박 교수 추천 '실천 전략 3가지'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이를 위해 박계영 교수는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작고 실천 가능한 습관부터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운동을 지속하는 비결"이라고 조언한다.
박 교수가 추천하는 실천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하루 5~10분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제자리 걷기처럼 부담 없는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운동 친구'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산책할 친구, 헬스장 동료, 그룹 운동 파트너를 만들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체중 정체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체중이 줄지 않는 시기가 오면 쉽게 좌절할 수 있는데, 이때는 몸무게보다는 체력 향상이나 수면의 질 개선 같은 건강 지표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이 세 가지 실천 전략을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10분간 스트레칭과 제자리 걷기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박 교수는 "이 운동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 실내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고,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활동량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스트레칭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정해진 시간과 동작을 따라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이나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스트레칭은 관절 통증 완화나 운동 전후 회복은 물론, 일상 속 긴장을 풀고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일 실천하는 소소한 습관을 만들어 가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가는 여정"이라고 말하면서 "비만 치료는 단기간의 변화가 아니라, 나 자신을 돌보고 존중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